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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년체 기전체 : 역사를 기록하는 두 가지 전통적인 방식으로 시간 중심과 인물 중심의 차이를 지닌 역사 서술 체계

by jisik1spoon 2025. 10. 22.

역사를 기록하고 서술하는 방법은 동양의 역사 전통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수천 년 동안 이어져 온 역사 편찬의 전통 속에서 편년체와 기전체는 가장 대표적이고 체계적인 역사 서술 방식으로 자리 잡아 왔습니다. 이 두 가지 방식은 각각 고유한 특징과 장단점을 가지고 있으며,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과 기록하는 목적에 따라 선택적으로 활용되어 왔습니다.

편년체의 정의와 특징

편년체는 역사적 사실을 연도, 월, 일의 시간 순서에 따라 기록하는 역사 서술 방식입니다. 편년체라는 명칭은 '연을 엮는다'는 의미로, 말 그대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역사적 사건들을 순차적으로 나열하는 방법입니다. 이 방식은 사마천이 『사기』를 편찬하기 전까지 동양에서 가장 널리 활용된 역사 편찬의 체재 중 하나였습니다.

편년체의 가장 큰 특징은 모든 역사적 사건을 시간이라는 단일한 축을 기준으로 배열한다는 점입니다. 연도 및 날짜를 기록하는 방법에 따라 형식이 조금씩 달라지는데, 전한의 무제가 연호를 사용하기 전까지는 왕의 재위년이 연도를 세는 기준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재위년 및 연호와 별도로 육십갑자가 연도의 기준으로 사용되기도 했으며, 일반적으로 재위년 또는 연호와 육십갑자가 병기되었습니다.

편년체로 기록된 역사서는 독자가 단지 한 번 읽는 것만으로 사건의 전후 관계를 쉽게 알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건들이 배열되어 있기 때문에 특정 시기에 어떤 일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는지를 파악하기 용이합니다. 또한 편찬이 비교적 용이하고 역사 기록을 분산시키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편년체의 장단점

편년체의 장점은 시간 순서에 따른 명확한 구조로 인해 역사적 사건의 전후 관계를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특정 시기에 발생한 모든 사건들을 한눈에 볼 수 있어서 당대의 전체적인 상황을 이해하기에 적합합니다. 사관에 의해 기록되는 모든 1차 사료는 편년체로 작성되며, 수나라와 당나라 때에는 각 왕의 실록이 편찬되었는데 이들도 대부분 편년체로 기록되었습니다.

그러나 편년체는 몇 가지 단점도 가지고 있습니다. 특별한 주제가 없이 모든 사건이 날짜 순으로 기록되기 때문에 특정한 사건을 전체적으로 파악하기 어렵고 연대가 확실하지 않은 자료를 싣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또한 모든 사건을 동등한 순위로 다루기 때문에 기록이 복잡해지는 단점도 있습니다. 역사를 구조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됩니다.

예를 들어 조선의 교육제도를 이해하려면 편년체의 경우 일일이 시기별 기록을 검토해서 어느 한 분야의 관련 내용을 뽑아 정리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습니다. 다루는 시기가 몇백 년 단위가 되면 분량이 엄청나게 늘어나는 것도 문제입니다. 이러한 단점들을 보완하기 위해 강목체와 같은 변형된 형태의 서술 방식이 개발되기도 했습니다.

기전체의 정의와 특징

기전체는 역사를 군주의 정치 관련 기사인 본기와 신하들의 개인 전기인 열전, 통치제도·문물·경제·자연 현상 등을 내용별로 분류해 쓴 지와 연표 등으로 나누어 기록하는 편찬 체재입니다. 기전체라는 명칭은 본기의 '기'와 열전의 '전'에서 그 이름을 따왔습니다. 이 방식은 중국 한나라의 역사가 사마천이 『사기』에서 처음 사용한 것으로, 중국에 통일왕조인 한이 건국되자 전체를 통찰할 수 있는 새로운 종합사가 요청되어 나타난 체제입니다.

기전체는 역사를 군주와 그를 보필한 신하, 그리고 통치 제도를 삼원적으로 파악하는 역사 기술 방식입니다. 기존의 시간 순서대로 기록하는 편년체와는 달리 파트를 나누어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 큰 특징입니다. 역사를 카테고리에 나누어 담는다고 생각하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기전체의 구성은 일반적으로 본기, 세가, 표, 지(또는 서), 열전의 다섯 부분으로 이루어집니다. 본기는 제왕의 역사를 기록하는 부분으로, 황제의 정치와 행적을 중심으로 역대 왕조의 변천을 연대순으로 서술합니다. 세가는 제후국의 역사를 기록하는 부분입니다. 표는 연표 형식으로 중요한 역사적 사실을 간략하게 기록한 부분이며, 지는 법률 및 풍속, 경제, 문물, 제도 등 다양한 주제를 선정하고 그에 대한 내용을 서술하는 부분입니다. 열전은 각 역사 인물의 사적을 기록한 것으로, 신하들의 개인 전기나 인민족 역사를 기록합니다.

기전체의 장단점

기전체의 가장 큰 장점은 특정 인물이나 주제를 중심으로 기록하여 해당 분야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를 가능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하나의 자료가 내용에 따라 분류되고 서술되어 참고하기에 편리합니다. 예를 들어 조선의 교육제도를 이해하려면 기전체의 경우 예문지 같은 곳에서 별도로 다루므로 한눈에 참고하기 편합니다. 왕조 전체의 체제와 변동을 일목요연하게 서술할 수 있어서 정사 편찬에 적합한 방식입니다.

기전체는 각 시대의 통치자를 중심으로 주요 신하와 인물의 전기를 체계적으로 서술하고, 당대의 제도와 문물, 경제 실태, 자연 현상 등의 특징과 변동을 종합적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특정 부분에서 심층적인 이해와 몰입도가 생기는 것은 이러한 구조적 특징 때문입니다.

그러나 기전체는 여러 문서에 사건이 분할되어 실리게 되므로 여러 기전을 대조해봐야 사건의 윤곽을 그리고 시대의 순서를 알 수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동일한 사건에 대한 기록이 흩어지거나 섞이고 중복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또한 특정 인물과 주제를 중심으로 기록하다 보니 편향성이 생길 수 있는 것도 단점으로 지적됩니다.

편년체와 기전체의 대표적인 역사서

편년체로 작성된 대표적인 역사서로는 북송 때 사마광이 편찬한 『자치통감』이 있습니다. 『자치통감』은 주나라에서 오대십국 시대까지의 통사를 편년체로 기록한 것으로, 이 책으로부터 편년체는 대중적으로 읽히는 사서로 널리 사용되었습니다. 중국 고전에는 노나라의 역사인 『춘추』도 편년체의 대표적 사례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조선왕조실록』이 가장 대표적인 편년체 역사서입니다. 『조선왕조실록』은 실상에 가까운 사건들의 나열이라는 양식을 취할 뿐 아니라 매우 자세하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다만 세종실록처럼 임금의 재위 기간이 길고 사료가 너무 방대해서 편년체로는 도저히 다 수용할 수 없을 경우에는 세종실록지리지처럼 다른 방식을 조금씩 혼합하기도 했습니다. 그 외에 『고려사절요』, 『동국통감』, 『삼국사절요』 등도 편년체로 편찬된 역사서입니다.

기전체로 작성된 대표적인 역사서로는 사마천의 『사기』가 있으며, 이는 상고시대부터 한 무제까지의 역사를 기술하고 있습니다. 후한 시대에 만들어진 반고의 『한서』도 기전체로 한 왕조의 일대를 저술한 역사서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려의 문신 김부식이 책임지고 1145년에 편찬한 『삼국사기』가 기전체 역사서의 대표적인 예입니다. 『삼국사기』는 본기 28권, 지 9권, 표 3권, 열전 10권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사기』 이후에 일반화된 기전체의 형식을 완벽하게 구현했습니다. 다만 열전을 중심으로 하는 중국 역사서와 달리, 본기 중심의 역사서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고려사』도 기전체로 편찬된 역사서로, 분량에 있어서 『삼국사기』의 10배나 되는 방대한 책입니다. 그 외에 『해동역사』, 『동사찬요』, 『동사』 등도 기전체로 편찬되었습니다.

편년체와 기전체의 관계와 혼용

편년체와 기전체는 완전히 별개의 방식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인 관계에 있습니다. 기전체 사서의 본기나 세가는 대부분 편년체로 기록되었습니다. 이는 군주의 역사를 시간 순서대로 정리하는 것이 효율적이기 때문입니다.

진정한 역사 공부는 기전체와 편년체의 총합이 있을 때 가능하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폭넓고 깊이 있는 내용 체계가 잡히며, 보다 구체적이면서 다각적으로 당대 역사 해석이 가능하고 기저에 깔린 사상이나 문명의 이해에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편년체로 역사 공부를 하기에는 그 범위가 좁아 층층이 몇 단계를 더 밟아야 한 시대의 총체적인 역사 공부가 가능합니다. 한편 기전체만으로는 사건의 전후 관계를 파악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따라서 두 방식을 적절히 활용하고 참조하는 것이 역사를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두 서술 방식의 공통점

편년체와 기전체는 역사를 서술하는 방식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역사적 사실을 기록하고 후대에 전달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졌으며, 객관적이고 사실적인 기록을 추구합니다. 또한 아주 방대한 양의 역사 정보를 담고 있기에 역사 연구 및 문학, 문화, 사회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가치가 높다는 공통점도 있습니다.

한국 역사서에서의 특징

한국의 전통 사서는 편년체와 강목체가 주를 이루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왕조 평균수명이 길어 왕조 변천이 중국에 비해 적어서 왕조가 망한 뒤 후대 왕조에서 편찬하는 기전체 정사의 편찬 빈도가 상대적으로 낮았기 때문입니다.

『삼국사기』는 본기 28권, 지 9권, 표 3권, 열전 10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본기를 통해 제왕의 정치와 행적을 중심으로 역대 왕조의 변천을 연대순으로 서술했습니다. 신라본기 12권, 고구려본기 10권, 백제본기 6권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삼국의 균형을 유지한 채 정치, 천재지변, 전쟁, 외교 등의 내용을 주로 다루어 시대를 잘 조망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고려사』의 경우 본기 없이 세가와 열전, 지로 구성되어 있으며, 고려 시대의 사회경제 형편과 과학문화에 관한 풍부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조선왕조실록』은 기본적으로 편년체를 따르면서도 필요에 따라 다른 방식을 혼합하는 융통성을 보였습니다.

역사 서술 방식의 발전

편년체와 기전체 외에도 역사를 서술하는 다양한 방식이 발전했습니다. 기사본말체는 인과 관계에 따라 역사를 실증적으로 서술한 것으로, 같은 사건에 대한 기록이 흩어지거나 섞이고 중복되는 기전체와 편년체의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개발되었습니다. 강목체는 역사를 대의(강)와 세목(목)으로 나누어 서술한 것으로, 강은 기사의 큰 줄거리를 기록한 것으로 큰 글씨로 기록하고, 목은 강의 하위 항목으로 강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서술한 것으로 보통 작은 글씨로 기록합니다.

남송 때 주희는 『자치통감』을 편년체의 일종인 강목체로 다시 쓴 『자치통감강목』을 편찬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편년체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시도였습니다.

결론

편년체와 기전체는 동양의 역사 기록 전통에서 발전한 두 가지 핵심적인 서술 방식입니다. 편년체는 시간 순서를 기준으로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방식으로, 사건의 전후 관계를 파악하기에 용이하며, 『조선왕조실록』과 같은 대표적인 역사서를 낳았습니다. 기전체는 인물과 주제를 중심으로 역사를 체계적으로 분류하여 서술하는 방식으로, 『삼국사기』와 『고려사』 같은 정사 편찬에 활용되었습니다.

두 방식은 각각의 장단점을 가지고 있으며, 때로는 상호 보완적으로 활용되기도 했습니다. 역사를 종합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두 방식을 모두 참고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과거의 사건들을 입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습니다. 현대의 역사 연구에서도 이러한 전통적인 서술 방식들은 여전히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되고 있으며, 역사를 기록하고 전달하는 방법에 대한 귀중한 통찰을 제공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