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스쿠니 신사 논란은 일본이 과거 침략전쟁을 일으킨 A급 전범들을 신으로 모시고 있는 것에서 비롯된 복합적인 문제입니다. 이 논란의 핵심은 단순한 종교적 행위를 넘어서, 일본의 과거사 인식과 주변국과의 관계에 근본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역사적·외교적 쟁점입니다.
A급 전범 합사 문제
14명의 A급 전범들
야스쿠니 신사에는 1978년 10월 극동국제군사재판(도쿄재판)에서 '전쟁을 기획, 주도해 평화를 해친 죄'로 기소된 A급 전범 28명 중 14명이 비밀리에 합사되어 있습니다. 이들은 도조 히데키 전 총리를 비롯해 교수형에 처해진 7명과 복역 중 사망한 7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합사된 A급 전범들 중에는 한국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인물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조선 총독을 역임하며 창씨개명 등 황민화정책과 징병·징용 등 강제동원 정책을 추진한 고이소 구니아키와 조선군 사령관이었던 이타가키 세이시로가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되어 있어, 한국 입장에서는 더욱 민감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비밀 합사 과정과 천황의 반대
A급 전범의 합사는 1978년 후쿠다 내각 때 비밀리에 이루어졌으며, 이듬해 4월에야 언론보도를 통해 사실이 폭로되었습니다. 당시 쇼와 천황은 도조 히데키 등 A급 전범의 합사에 반대했으며, 1978년 재직 중 작고한 당시 야스쿠니 신사의 쓰쿠바 후지마로 궁사도 천황의 뜻에 따라 합사를 거부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쓰쿠바 궁사 사후 우익 성향의 마쓰다이라 나가요시가 궁사를 이어받으면서 상황이 급변하였고, 그의 취임 후 첫 가을대제에서 14명의 A급 전범이 합사되기에 이르렀습니다. 현재 야스쿠니 신사 측은 "신사 창설 이래 분사는 한 번도 한 적이 없다"며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며 앞으로도 할 생각이 없다"고 A급 전범 분사를 강력히 거부하고 있습니다.
한국인 강제 합사 문제
2만 1천여 명의 한국인 피해자
야스쿠니 신사에는 A급 전범뿐만 아니라 약 2만 1천여 명의 한국인이 유족의 동의 없이 강제로 합사되어 있습니다. 이들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되어 태평양전쟁 중 사망한 피해자들로, 대부분 본인과 유족의 의사와 무관하게 합사되었습니다.
일본 정부와 야스쿠니 신사는 1959년부터 '전사했을 때는 일본인이었기 때문에 죽은 후에도 당연히 일본인'이라는 논리로 한국인들을 합사했습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살아있는 사람을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고 합사하는 경우도 있었다는 점으로, 그 대상이 무려 60명에 달한다는 사실입니다.
유족들의 합사 철회 소송
한국인 유족들은 2001년, 2007년, 2013년까지 총 세 차례에 걸쳐 도쿄지방법원에 한국인 야스쿠니 신사 합사 철폐 소송을 제기했으나 모두 패소했습니다. 가장 최근인 2025년 1월에도 일본 대법원이 한국인 유족들의 '한국인 야스쿠니 합사 철회' 요구를 또다시 기각했습니다.
고 고몽찬씨의 자녀인 고인형씨는 "아버지가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되어 있음을 의미하는 '합사제'라는 도장을 본 순간 큰 충격을 받았다. 아버지는 '천황'을 위해 목숨을 바친 것이 아니라 강압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동원되어 목숨을 잃은 것"이라고 호소하며, 강제동원 피해자를 침략전쟁의 영웅으로 포장하는 것에 대한 분노를 표현했습니다.
정치인 참배와 정교분리 논란
정치인들의 지속적인 참배
일본 정치인들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지속적으로 국제적 논란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2024년 4월에는 일본 여야 국회의원 90여 명이 집단 참배를 했으며, 2025년에도 일본 전직 각료들이 패전일을 앞두고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등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특히 현직 총리나 각료의 참배는 더욱 큰 파장을 일으킵니다. 아베 신조 전 총리는 2013년 12월 현직 총리로서는 고이즈미 이후 7년 4개월 만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여 국제적 비난을 받았습니다. 이시바 시게루 현 총리는 직접 참배는 하지 않고 공물료를 봉납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헌법 위반 논란과 법정 투쟁
일본 정치인들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일본 헌법 20조가 규정한 정교분리 원칙에 위배된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일본 시민들은 이에 대해 여러 차례 위헌 소송을 제기했으나, 일본 법원들은 '참배가 손해배상 대상이 될 만한 법적 이익 침해를 줬다고 볼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원고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2016년 오사카지방재판소는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에 대해 "참배를 금지해야 할 정도로 법적 이익의 침해가 있다고 인정할 수 없다"며 기각 판결을 내렸지만, 참배가 공적인지 사적인지, 또 위헌 여부 등에 대해서는 판단을 내리지 않았습니다.
침략전쟁 미화와 역사 인식 문제
야스쿠니 신사의 역사관
야스쿠니 신사 논란의 근본적인 문제는 단순히 전범이 합사되어 있다는 것을 넘어서, 이 신사가 일본의 침략전쟁을 정당화하고 미화하는 시설이라는 점입니다. 야스쿠니 신사는 근대 일본의 모든 전쟁을 일본의 독립을 지키기 위한 자위전쟁으로 평가하며, 침략전쟁의 본질을 왜곡하고 있습니다.
특히 강제동원된 한국인 피해자들을 '일본을 지키기 위해 희생한 일본인'으로 평가하고 있어, 침략전쟁의 가해자와 피해자를 뒤섞어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이는 일본의 식민지배와 침략전쟁에 대한 반성이 부족하다는 인식을 주변국에 심어주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국제 질서 부정 문제
A급 전범을 신으로 모시고 있는 야스쿠니 신사에 정치인들이 참배하는 것은 침략전쟁을 미화하는 것이자, 일본이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에서 도쿄재판의 판결을 수락하고 국제사회에 복귀한 전제를 부정하는 행위라고 평가됩니다. 이는 일본이 국제사회 복귀의 기본 전제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으로, 전후 국제질서에 대한 도전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국제적 파장과 외교적 갈등
한국과 중국의 강력한 반발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한국과 중국과의 외교 관계를 지속적으로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최근 2024년 11월에는 사도광산 추도식에 참석 예정이었던 일본 외무성의 이쿠이나 아키코 정무관이 과거 야스쿠니 신사 참배 논란으로 인해 한국 정부가 불참을 결정하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일본 정치인들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 "한-일 관계는 물론 동북아의 안정과 협력을 근본부터 훼손하는 시대착오적 행위"라며 지속적으로 비판하고 있습니다. 중국도 마찬가지로 강력한 반발을 보이며, 이는 동북아시아 지역의 외교적 불안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국제사회의 우려
미국도 일본 정치인들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2013년 아베 총리의 참배 당시 미국 정부는 "일본 지도자가 이웃 국가들과의 긴장을 악화시킬 행동을 취한 것에 실망한다"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이는 미국이 동아시아 지역의 안정과 동맹국 간 협력을 중시하는 입장에서 야스쿠니 신사 참배가 지역 안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일본 정부도 이런 국제적 압력을 의식해 군사조직인 자위대와 관련된 자가 야스쿠니 신사를 방문하는 것은 금기시하고 있습니다. 2024년 1월 자위대원 수십 명이 참배 목적으로 야스쿠니 신사를 방문했을 때 가장 먼저 제재에 나선 것은 한국이나 중국이 아닌 일본 방위성이었습니다.
현재 상황과 미래 전망
지속되는 논란
2025년 현재에도 야스쿠니 신사 논란은 전혀 해결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일본 정치인들의 참배는 계속되고 있고, 한국인 유족들의 합사 철회 요구는 일본 법원에서 지속적으로 기각되고 있습니다. 야스쿠니 신사 측도 A급 전범 분사나 한국인 합사 철회에 대해 완강히 거부하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일본 여론조사에 따르면 일본인 10명 중 6명이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지지한다는 결과가 나오는 등, 일본 내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인식 격차가 크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반면 야스쿠니 반대 시민들은 도쿄 도심에서 촛불 집회를 열며 지속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근본적 해결책의 필요성
야스쿠니 신사 논란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A급 전범 분사나 한국인 합사 철회를 넘어서, 일본이 과거사에 대한 진정한 반성과 함께 침략전쟁을 정당화하는 역사관을 바로잡는 것이 필요합니다. 설령 A급 전범을 분사한다고 해도 야스쿠니 신사가 침략전쟁을 정당화하는 시설이라는 본질은 전혀 바뀌지 않기 때문입니다.
결국 야스쿠니 신사 문제는 일본의 과거사 인식과 직결된 문제로, 동아시아의 평화와 협력을 위해서는 일본 정부와 사회의 근본적인 인식 전환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이를 통해서만 진정한 화해와 미래지향적 관계 구축이 가능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