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수니파와 시아파의 분열은 7세기 무함마드 사후 후계자 문제에서 비롯되었으나, 오늘날까지 중동 지역의 정치·종교적 갈등으로 확장되었다. 수니파(전 세계 무슬림의 85-90%)는 공동체 합의에 의한 지도자 선출을 강조하는 반면, 시아파(10-15%)는 무함마드의 혈통을 계승한 이맘의 신성한 권위를 주장한다. 이 분쟁은 680년 카르발라 전투에서 시아파의 정신적 지도자 후세인이 참수되며 결정적 분기점을 맞았으며, 1979년 이란 혁명을 계기로 현대적 세력 구도로 재편되었다.
역사적 분열의 기원
후계자 논쟁과 초기 갈등
632년 무함마드 사후, 수니파는 초대 칼리프 아부 바크르를 포함한 4대 정통 칼리프 체제를 수립했으나, 시아파는 무함마드의 사촌이자 사위인 알리만이 합법적 후계자(이맘)라고 주장했다. 알리가 4대 칼리프로 선출된 후 암살되자(661년), 그의 아들 하산과 후세인은 우마이야 왕조에 맞섰다. 680년 카르발라에서 후세인과 72명의 추종자가 참수되며 시아파는 순교 서사를 확립했고, 이 사건은 매년 아슈라 의식으로 기억된다.
종교적 권위의 분화
수니파는 코란과 순나(예언자의 전통)를 근거로 한 이지마(공동체 합의) 와 키야스(유추) 를 법적 근원으로 삼은 반면, 시아파는 이맘의 오류 불가능성 을 교리화하며 12이맘을 신성시했다. 특히 시아파는 제8대 이맘 알리 리다의 무덤을 성지로 숭배하는 등 신비주의적 요소를 발전시켰다.
교리적 차이와 법체계
지도자 개념
수니파의 칼리프는 정치·군사적 수장 역할에 머물렀으나, 시아파의 이맘은 신적 계시를 해석하는 절대적 권위 로 격상되었다. 이란의 호메이니 는 1979년 혁명으로 빌라예트 파키(종교 지도자의 수장권) 개념을 정립하며 신정체제를 공고화했다.
법학 체계
수니파는 하나피·말리키·샤피이·한발리 4대 법학파를 인정하며 지역별 다양성을 포용한다. 예를 들어, 터키와 중앙아시아는 하나피파, 북아프리카는 말리키파가 우세하다. 반면 시아파는 자파리 학파를 중심으로 이맘의 가르침을 최종적 판단 기준으로 삼는다.
현대적 갈등의 정치화
중동 패권 다툼
사우디아라비아(수니파 와하비즘)와 이란(시아파)의 대립은 예멘 내전(2015-현재), 시리아 내전(2011-현재)에서 대리전 양상으로 나타난다. 2016년 사우디의 시아파 종교지도자 니므르 처형은 이란 대사관 공격으로 이어지며 외교적 단절을 초래했다.
테러리즘과 종파주의
수니파 급진주의 집단인 IS(이슬람국가)는 2014년 이라크 모술 점령 후 시아파 모스크와 성지 파괴를 자행했으며, 시아파 민병대 하시드 샤비는 IS 격퇴 과정에서 인권 논란을 빚었다.
문화적 실천과 의례
애도 의식의 대비
시아파는 아슈라 기간(무하람월 10일) 피의 의식(자해)을 행하며 후세인 순교를 재현한다. 이란과 이라크 카르발라에서는 수십만 명이 참여하며, 2007년 폭탄 테러로 149명이 사망하는 등 정치적 표적이 되곤 했다. 반면 수니파는 아슈라를 모세의 홍해 기적 기념일로 간주하며 금식으로 기린다.
성지 순례
시아파는 이라크 나자프(알리 무덤)와 카르발라(후세인 무덤)를, 수니파는 사우디 메카와 메디나를 최고 성지로 숭배한다. 이 차이는 2016년 이란과 사우디 간 성지 순례 중단 사태로 이어지기도 했다.
인구 분포와 지정학
지역적 편중
시아파는 이란(90-95%), 이라크(60-65%), 바레인(70-75%), 아제르바이잔(85%)에서 다수파다. 레바논에서는 헤즈볼라(시아파)가 의석의 1/3을 차지하며 군사 조직을 운영한다. 수니파는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터키, 인도네시아 등 40개국 이상에서 주류를 이룬다.
외세 개입의 영향
1979년 이란 혁명 당시 미국의 사우디 지원, 2003년 이라크 전쟁 후 시아파 정부 수립은 종파 갈등을 심화시켰다. 2020년 미국의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 솔레이마니 암살은 지역 긴장을 고조시켰다.
결론: 분열의 본질과 전망
수니파와 시아파의 갈등은 단순한 종교적 차이를 넘어 역사적 피해의식 과 지정학적 이해관계 가 결합된 복합적 문제다. 1400년 전 카르발라의 학살이 21세기 이라크에서 재현되는 양상은, 종파주의가 정치 엘리트에 의해 도구화되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슬람 역사 대부분에서 양파는 평화롭게 공존해왔으며, 최근 UAE와 바레인은 이란과의 관계 정상화를 모색하며 실용주의 외교로 전환하고 있다. 종파적 정체성의 경계를 넘어 인권과 사회적 정의를 공동 목표로 삼을 때만이 진정한 화해가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