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샌델(Michael Sandel)의 『정의란 무엇인가(Justice: What's the Right Thing to Do?)』는 현대 사회에서 정의(Justice)란 무엇인지, 그리고 정의로운 사회를 어떻게 구축할 수 있는지를 깊이 있게 탐구한 철학서입니다. 이 책은 도덕 철학과 정치 철학의 여러 관점을 소개하며, 구체적인 예시를 통해 독자들에게 정의에 대한 사고를 확장하도록 유도합니다. 샌델은 다양한 철학적 사조를 소개하고, 각 이론의 장단점을 설명하면서 정의의 의미를 입체적으로 분석합니다.
1. 공리주의: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
샌델은 공리주의(Utilitarianism)부터 논의를 시작합니다. 공리주의는 제러미 벤담(Jeremy Bentham)과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이 주창한 이론으로,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목표로 합니다. 공리주의는 결과에 초점을 맞추고, 행동의 도덕성은 그 결과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이익을 주는지에 달려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샌델은 공리주의가 소수의 권리를 무시할 수 있다는 문제점을 지적합니다. 공리주의에 따르면, 다수의 행복을 위해 소수의 희생이 정당화될 수 있는데, 이는 정의의 원칙에 어긋날 수 있다는 비판을 받습니다.
2. 칸트의 의무론: 도덕적 의무의 본질
임마누엘 칸트(Immanuel Kant)는 공리주의와는 다른 입장을 제시합니다. 칸트의 의무론(Deontological Ethics)은 행위의 결과가 아닌 행위의 의도에 초점을 맞춥니다. 그는 사람이 도덕적 법칙에 따라 행동해야 하며, 인간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우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칸트의 철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보편적 도덕 법칙입니다. 이는 상황에 따라 변하지 않는 도덕적 원칙으로, 개인이 자신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고 순수한 의무감에서 도덕적 행위를 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3. 롤스의 정의론: 공정한 분배의 원칙
존 롤스(John Rawls)는 그의 저서 『정의론(A Theory of Justice)』에서 공정성을 중시하는 정의론을 전개합니다. 롤스는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사람이 평등한 기회를 가지는 사회를 지향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무지의 베일(veil of ignorance)이라는 개념을 통해, 사람들이 자신의 사회적 위치나 이익을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공정한 규칙을 설정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롤스는 최소 수혜자에게도 혜택이 돌아가는 차등의 원칙을 제시하며, 불평등이 존재할 수 있지만 그것이 가장 불리한 사람들에게도 이익이 되는지가 정의로운 사회의 기준이라고 보았습니다.
4. 아리스토텔레스의 덕 윤리: 역할과 행복
샌델은 아리스토텔레스(Aristotle)의 덕 윤리도 다룹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Eudaimonia)을 인생의 궁극적 목표로 보고, 인간은 덕을 쌓고 자신에게 주어진 사회적 역할을 잘 수행할 때 행복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즉, 정의로운 사회란 모든 사람이 자신의 능력과 덕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사회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의로운 행동은 개인이 자신의 사회적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는 데서 비롯된다고 보았으며, 공동체와의 조화를 중시했습니다.
5. 공동체주의: 개인과 공동체의 관계
샌델은 마지막으로 공동체주의(Communitarianism)를 설명하며, 개인의 권리와 자유에 초점을 맞추는 자유주의와는 달리, 공동체의 가치와 책임을 강조하는 입장을 소개합니다. 공동체주의는 개인이 속한 사회, 문화, 역사적 맥락이 개인의 정체성을 형성하며, 공동체의 선이 개인의 선을 넘어설 수 있다는 입장을 가집니다.
샌델은 이 주장을 통해 개인이 속한 공동체의 역할을 강조하며, 정의로운 사회는 단순히 개인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공동체의 가치와 연대를 중시해야 한다는 점을 제시합니다.
결론: 정의를 향한 다양한 길
『정의란 무엇인가』는 정의라는 개념을 단일한 해답으로 제시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샌델은 다양한 철학적 시각을 통해 독자들에게 스스로 생각할 기회를 제공합니다. 공리주의, 칸트의 의무론, 롤스의 정의론, 아리스토텔레스의 덕 윤리, 그리고 공동체주의 모두 각각의 맥락에서 정의를 설명하지만, 각 이론이 가진 한계와 가능성을 함께 보여줍니다.
샌델은 독자들에게 단순한 정답을 제공하기보다는 스스로의 정의관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합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현대 사회에서 발생하는 윤리적 문제와 사회적 논쟁을 더 깊이 있게 바라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철학적 도구를 얻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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